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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yo

[후기? 일기?] 넥스트저널리즘스쿨 4기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을 수료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막상 후기를 쓰려니 이게 영 쉬운 일이 아니다. 열흘이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걸 보고 듣고, 생각하게 된 탓도 있지만 그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지도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비슷한데, 더이상 미루는 건 의미가 없단 생각에 오늘은 자판 앞에 앉았다. 두서없는 말이 될지라도 그래 일단, 써보려 한다.  



#1 넥스트고민스쿨?


'고민을 해결하러 왔다가 더 큰 고민을 안고 갑니다.' 올해 넥저를 마칠즈음 주변 동기들에게 이런 비슷한 말을 많이 들었다. 재밌는 건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을까? 그래서 시작을 이렇게 잡았다. 여기서부터 풀면 조금 정리가 될 것 같아서. 


넥스트저널리즘스쿨, 넥저는 표면적으로 다음 세대 디지털 저널리스트 양성을 위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는 단기 스쿨이다. 커리큘럼만 봐도 ~전략, ~노하우, ~가야 할 길! 같은 제목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알고보니 넥스트고민스쿨이였음을, 이 과정이 끝나갈 무렵에야 깨달았다. 넥저는 우리에게 분명 많은 걸 가르쳐 줬지만 뭐랄까, 학교에서 배우던 식의 일방적인 지식 주입은 분명히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스쿨 내내 매시간 전부 다른 강연자들과 마주했다. 이 중에는 레거시(Legacy) 미디어라 불리우는 '조중동 한경오' 계통의 분들도 계셨고, 맨땅에 헤딩 중인 뉴미디어 스타트업 분들, 버티컬 미디어, 동영상 콘텐츠 제작, 그 외 기성 언론에서 특출난 캐릭터를 쌓으신 분들도 계셨다. 그들 모두가 해당 영역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새 강의가 시작될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할 수밖에 없었는데, 막상 이분들이 우리에게 해준 이야기는 그들의 성공 신화나 영웅담 같은 게 아니었다. 그보단 각자의 실패기, 생존기, 시행착오를 공유하는 자리에 더 가까웠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또 뭐랄까, 우리에게 '여러분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린 이렇게 해왔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느낌이 강했다고 하면 맞을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강의중 그 어떤 연사도 저널리즘의 관한 이야기, 현 언론의 해법을 논하는 부분에 이르면 딱 끊어 단언하시는 분들이 없었다. 우리 눈에는 꽤 성공을 거두고 있는 분들인데 그저 '이렇게 해보니 조금 나은 거 같더라.' 정도로 말씀하실 뿐이었다. 크게 보아 명쾌한 답은 없었던 건데, 덕분에 현재의 디지털 미디어 전장에서는 아무리 날고 기는 인물이라도 확실한 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더욱 확실해졌던 것 같다. 


그렇다고 결코 절망적인 건 아니었다. 오히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다음 세대 미디어의 생존과 저널리즘의 기치를 올곧게 이어가야 할 책임과 공은 이제 우리에게도 넘어온 것이기도 했다. 다만 이걸 더 큰 고민이란 이름으로 부르게된 건 마음과 달리 현실은 이미 뉴스와 콘텐츠의 개별 가치, 경쟁력이 땅에 떨어진 이 시대에 더이상 유의미하게 시도할만한 선택지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음을 넥저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해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흔히 말하는 멋있고 참신한 대안들이 막상 먹고 사는 문제와 결부되면 이내 포기하게 되는 각박한 현실마저 함께 배웠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거의 모든 문제, 저널리즘이 망가지고 기레기가 양산되고, 저질 콘텐츠가 양산되는 근본적 원인에는 쓸만한 수익 모델의 부재가 있었다. 그리고 디지털 트렌드와 문법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게도 저널리즘의 가오와 먹고사니즘을 동시에 해결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문제였다.


그러나 한번 더 뒤집어 생각하기로 했다. 그저 당장 눈에 보이는 해법이 없다고 그것이 전부는 아닐 거라고. 해법이 없다는 것, 보이지 않는다는 건, 다시 말해 언론과 미디어의 영역에는 아직도 개척해야 할 미지의 땅이 있다는 말과도 같은거라고 말이다. 혹은 등잔 밑이 어둡듯 가까이 있었지만 미처 모르고 지나친 것들 또한 있다는 말일 거라고. 


즉! 지금 이 영역은 새로운 발견과 도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내가 무얼 시도하더라도 '그건 틀렸어.'라고 당당하게 손가락질 할 수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진정한 넥스트저널리즘(Next Journalism)을 실현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인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프레임이 확 달라진다. 기성 언론인들의 비관론에 아직 시작도 안 한 우리마저 같이 젖어들 필요는 단 1퍼센트도 없다. 아마도 넥저를 수강하는 동안 답답한 마음과 함께 한 켠에는 왠지 모를 두근거림, 새로운 의식이 꿈틀댔던 건 아마도 이런 사실을 무의식 중에는 이미 깨닫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민? 이젠 내가 직접 답을 찾아낼 신대륙의 콜럼버스가 돼야 할 때다.


(닻을 올리고 출항하라!! .. 그런데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나는 어디, 여긴 누구..? = Pixabay)


#2 넥저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이상하게 넥저는 후기가 별로 없다. 아마 후기 쓰기를 망설였던 나와 다들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넥저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어질 테니 기왕 쓰는 거!! 다음 기수들을 위해 우리가 지난 열흘간 어떤 수업을 받았는지 대강의 일기처럼 써볼까 한다. 지원에 참고가 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전적으로 수업 중 받아적은 내 정리와 기억, 느낌에 의존한 주관적 이야기므로 참고만 하길 바란다. 또 각 수업별 내용이 워낙 많아 최대한 함축해 썼다.


#1일 차 오리엔테이션


첫째 날,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 장소인 역삼동 파이낸스센터로 향했다. 일찍 도착했더니 괜히 마음만 긴장스러워 구경은 미루고 서둘러 짐부터 풀었다. 살짝 둘러보니 여느 모임이 다 그렇듯 아직은 데면데면한 사람들. 각자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뒤적이며 개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하다. 어쨌든 놀랍게도 첫 날부터 지각한 사람들(은 마지막 날까지 꿋꿋하게 지각하며 채스텝이 뒷목을 잡게 했다더라)까지 여유롭게 기다려준 뒤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우선 프로그램 지원사 대표들의 이야기를 간단히 듣고,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시간이 오리란 걸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다. 본 수업이 어떨까란 생각을 하느라 자기소개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다. 


다행히(?) 자기소개 주제는 주죄 측에서 정해줬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잘 하고 싶은 것'으로 자유롭게 말하기였다. 나는 원래 남들 앞에서 말하는 걸 떨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십대 후반에 들어선 뒤로는 두근거림이 너무 심해졌다. 덕분에 거의 마지막 순번이었음에도 오히려 기다리며 준비한 생각들이 꼬여 무슨 말을 하고 왔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젠장젠장.. 아무 말 대잔치. 아무튼 들어보니 넥저를 찾은 동기들의 이야기는 정말 여러모로 다양했다. 다 기억은 안 나지만 몇몇 사람들의 특별한 소개는 오래 남아 나중에 말걸 때 한결 수월했던듯. 만약 인맥 네트워킹이 목적인 분들이라면 첫 소개를 잘 준비해가는 것도 나름의 이점일 될 것이다. 물론 그때 뿐이지만. 사실 하루 이틀만 지나도 대부분 다 까먹으니까, 별로 신경 안 써도 된다. (나중에야 아~ 맞다. 자기소개 때 그런 말씀 하셨죠?! 하!하! ..)  


소개를 마치면 본격적인 조 편성이 이뤄지는데, 조는 주최 측에서 성비와 관심사 등을 면밀히 고려해 짜준다. 기본적으로 능력치와 성비를 위주로 나누는 것 같은데, 성격은 알 수가 없으니 처음 만난 조원들과 맞고 안 맞고는 복불복. 어차피 뒤에 한번 또 바꾸는 시기가 있으니 마음 쓰지 말길 바란다. 어차피 싫어도 함께해야 할 사람들이다. 다행인 건 이번 넥저 기준으로 볼 때 정말로 이상하거나 의욕이 없는 사람들은 없었다는 점이다. 말이 많고 적음의 차이지 처음부터 본인 의지로 뭔가 얻고 싶은 마음으로 온 사람들이라 다들 열심히 한다. 생각도 각각 다 다른데, 이게 토론하다 보면 정말 재밌고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조 편성 후에는 조별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에서 첫 토론 시간이 주어진다. 역시 주제는 정해주기 때문에 조금 어색해도 덕분에 분위기는 금방 편해졌던 것 같다. 배려가 섬세한 넥저! 


그뒤 점심 시간이 이어졌는데, 이 점심식사가! 이거야말로 넥저의 또 외적인 매력 중 최고의 만족도를 선사하는 부분이다. 날마다 새로운 도시락을 주는데 이게 무슨 편의점 도시락, 김밥 같은 게 아니라 매일매일 다른 브랜드에서 맛있는 메뉴를 엄선해 오신다. 대부분 양도 풍족하고 맛있고, 음식의 질도 좋다. 심지어 채식주의자를 위해 요청 시 따로 샐러드 준비해준 섬세한 넥저222! 또 수업 중 하루쯤은 구글 카페테리아에서 식사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우리가 갔던 날의 메뉴는 초밥이었다. 맛은 물론, 밥 외에 온갖 간식과 음료가 비치된 카페테리아는 이후에도 점심마다 떠오르는 곳이 됐다. 아무튼 밥 찬양은 여기까지 하고, 사진을 몇 장 올리니 대충 이런 느낌이구나 생각하면 되겠다.


( 이게 첫 도시락이었던 걸로 기억! )


( 케밥인데 워낙 반응이 좋아 하루 더 먹었다 )


(역삼동 21층 뷰를 전망으로 먹는 식사.. 크 )


( 구글 카페테리아 식사, 뷔페식이다 )



#본격 강의 - 미디어산업의 현황과 전망


대망의 첫 강의는 국내 유일 미디어 스타트업 엑셀레이터인 메디아티 강정수 박사님께서 들려주신 디지털 시대, 분산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년 구글뉴스랩펠로우십 면접 때도 뵀지만 포스가 대단하고 강의 수준이 상당하신 분이다. 첫 강의였지만 전체 강연 중에서도 수위에 꼽을 수 있을 정도. 강의를 통해 진짜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미디어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디지털 사춘기'로 명명된 페이크 뉴스, 필터버블, 공론장 등의 역할에 대해 시작부터 열띤 끄덕임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필터버블과 페이크뉴스는 기존 관심사와도 맞닿은 부분이라 특히 더 인상깊었던 것 같다. 


두 번째 강연으로 우승현 SBS팀장님의 이야기는 현재 방송사가 마주한 문제점, 가야할 길, 필요한 것에 대해 현실적인 관점에서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큰 미디어라도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면 금새 도태될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달은 강연. 이후 강의들을 들으면서도 깨달은 것이지만 흔히 레거시라 불리는 매체들도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나름대로 변화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나름의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뿐. 이들이 다른건 그저 돈 없는 뉴미디어 스타트업보다 약간의 자본과 시간 여유가 더 있을 뿐이란 것이다.


메모 일부 ::

미디어의 역할에는 중재, 시공간, 다양성의 연결이 있다.
연결하는 지점과 내용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연결자의 역할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저널리즘이란 숨겨진 걸 보이게 만들어 현재화시키는 것이고, 갇힌 것을 열어 사회를 다양하게 포함해가는 것이다.
페이크뉴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건 우리가 페이크를 응대하는 방식의 성장이다. 
포지션을 생각하지 마라, 우리 독자에게 전달할 벨류만 고민하라.
철저하게 관점을 가진 매체는 살아남을 것이다.


#2일 차 - 한국의 뉴스산업과 저널리즘


이튿날 오전 강의에서 한겨레, 한겨레21이 들려준 현재 국내 뉴스 산업의 현실은 꽤 처참했다. 오늘날 뉴스산업이 죽네 마네 하는 소리가 비단 소규모 온라인 신문에만 그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한겨례 계열만 해도 인지도에 비해 구독자와 수익 감소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며 실제적인 위협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몇몇 사고까지 겹쳐 엎친 데 격이라고. 나는 IT 미디어 위주로 공부해온 사람이라 일반 종합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한겨례 정도의 인지도 있는 신문사마저 위기를 운운할 정도라면 확실히 어렵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이후 이어진 오후 강의에서는 미디어오늘 이정환 대표님의 폭풍 같은 문제 진단, 나아갈 길에 대해 정신없는 원투펀치를 맞아야 했다. 이 강의에서 이 대표님이 사용한 슬라이드는 무려 수십장에 육박했는데(;;) 말씀은 모두 좋았으나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 탓에 끝날 무렵 주변 동기들의 눈이 상당히 풀려있던 걸 볼 수 있었다. 요즘말로, 띵언폭격의 현장이었다고나 할까..?


메모 일부 :: 

미디어의 역할은 결국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걸 가져다주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만 매달리지 마라. 기존에 생산한 컨텐츠의 2차, 3차 재생산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생각해라.

100개의 뉴스 중 일상적으로 버려지는 97개를 과연 어떻게 포장하고 독자들에게 떠다 먹여야 하는가? 

지면을 팔더라도 적극적으로, 영양가 있게 파는 게 중요하다. 

저널리즘 Thinking - 끊임없이 의심하고 뉴스의 맥락을 따라잡아 현상의 본질을 짚어라.

먹고사는 문제에 솔직해져야 한다


( 쉬는 시간, 미처 못다한 질문은 따로 하기도~  )



#3일 차 - 플랫폼과 뉴스콘텐츠 유통


이날 강의는 주최사 중 한곳인 블로터 본사가 위치한 장충동 디자인하우스에서 열렸다. 주제가 콘텐츠 유통이었던 만큼 앞전 강의들보다는 뭔가 무거운 부담감은 덜했다. 처음으로 어떤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는 느낌? 현대 디지털 미디어라면 어떤 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시켜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다음 스토리펀딩, 허프포스트코리아, 유튜브 채널 운영의 사례로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펀딩 사례를 통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뉴스의 광고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 크라우드펀딩 콘텐츠의 가능성을 깨달은 것이 특히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메모 일부 :: 

모바일 시대에 컨텐츠는 개인화, 바이럴, 푸쉬, 온디맨드가 중요해졌다. 

타겟화 전략의 경우, 후원자 특성 / 연령 / 시간대를 어떻게 타겟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보인다.

스토리펀딩의 핵심 : 펀딩 받고싶은 포인트(스토리)를 정확히 설정하는 게 성공의 핵심이다/ 제작 과정인지 /  만들어진 콘텐츠인지 / 작가인지 등등

디지털에서 한번 작성한 기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 언제까지고 넷상에 잔류함으로써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짐)
공들여 만든 컨텐츠는 주목도가 낮을지라도 지속성이 길다 ( 시의성과 무관 )
사람들은 여전히 길고 공들인 기사를 읽고 있다. 

( 3일차 장충동 디자인 하우스 )



#4일 차 - 버티컬미디어


웹에는 콘텐츠가 차고 넘치고,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열쇠는 이제 소비자에게 있다. 어느 때보다 타겟팅과 콘텐츠의 깊이가 중요해진 시대다. 앞으로는 모든 정보를 아우르는 포털보다 얇고 깊게, 명확한 타깃층을 설정한 버티컬 미디어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1세대 게임 전문 잡지 '디스이즈게임(TIG)'의 대표님께선 TIG가 버티컬 미디어로서 걸어온 과정,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바닥에서부터의 회생 경험을 들려주셨고, 모두가 즐거웠던 강의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건담홀릭'의 재룡님 강의가 있었다. 전문 유튜버답게 분위기를 밝고 재밌게 휘어잡는 능력이 상당했다! 버티컬 콘텐츠, 그중에서도 관심 밖이었던 건담 프라모델에 관한 이야기라 큰 기대가 없었는데 의외로 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에 대한 상당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강의였다. 특히 '건담 하나로 9개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은 내게 큰 영감을 준 한마디였다. 결국 마지막 날 개인발표 아이템을 구상할 때도 큰 몫을 했고.


메모 일부 :: 

데이터 혁신이 만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정보의 가치는 사실성이 아니라 비대칭성에서 온다.
기자는 소재의 주변 스토리, 이유, 배경 등을 따져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주제, 특성마다 소비하는 플랫폼이 다르다 (같은 콘텐츠라도 플랫폼마다 다른 결과)
버티컬 영역에 오히려 기회가 있다.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면 종합지보다 수익모델 구조의 확장이 오히려 유연하지 않겠나. 
전문성을 가지는 게 이바닥 생존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 건담홀릭 :: 재룡 크리에이터님 ! )


#5일 차 - 정보공개청구와 조별발표


토요일이었던 이날은 오후 조별과제 발표 때문에 강의가 오전에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유익했던 '정보공개청구 노하우'를 설파(?)하기 위해 노컷뉴스 문준영 기자님이 제주도에서 강남까지 날아오셨다. 정보공개청구란 공공기관의 행정 처리에 관련된 모든 부분에 대해 우리가 직접 문의하고, 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정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배웠다. 특히 자발적으로 잘 공개되지 않는 예산집행의 상세 내역부터, 지역 내 상업시설, 인프라에 관한 정보 등등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청구 대상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이젠 정보공개청구의 달인이 된 문 기자님께선 대학 시절 총장의 활동 예산 내역을 받아낸 일을(..후덜덜) 계기로 정보공개청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하셨다. 간혹 이를 통해 괜찮은 기사 소재도 꽤 얻으신다고. 짧은 시간 동안 본인이 깨우신 청구 팁, 노하우를 우리에게 아낌없이 전수해주시고 가셨다. 최고!


오후에 이어진 조별 발표는 첫 주부터 우리를 멘붕에 빠뜨린 과제였다. 약 3-4일의 시간 내에 주최 측이 제시한 주제를 소재로 조별 토론 및 개선안을 만들어 오라는 것이었는데, 중요한 건 발표 시간이 고작 5분이라는 사실이다. 주제는 '기성 미디어 중 하나를 골라 디지털 전략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참신한 개선안을 제시하라'였다. 특히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보다 '참신한' 대안을 구하는 부분이 거의 모든 조의 고민이었던 것 같다. 쉽진 않았지만 다들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결과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이런 막막함 속에서도 조원들이 모여 토론하고 고민했던 시간들은 생각 이상으로 크게 가치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대학 조별 과제와는 비교할 수 없이 건전한(?) 팀플레이를 여기서 처음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정신없는 시간들이 지나고 찾아온 발표 시간. 준비할 시간이 며칠 더 주어졌다면 좋았으련만 제한된 며칠 내에 만든 결과물들은 대부분 큰 틀에서 비슷했다. 심사 결과 그나마 조금 더 참신한 대안을 낸 곳, 혹은 문제 접근법이 좋았던 조가 상위권에 선정됐다. 비록 우리 조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애초에 다른 조가 딱히 경쟁자라는 의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다른 조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궁금했고, 멋진 대안이 나오면 다들 아낌 없이 박수 쳐 주었다. 그래서일까? 이날 일정을 마친 뒤에는 주말을 맞아 몇몇은 자발적으로 늦은 시간까지 치맥을 곁들인 훈훈한 네트워킹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의외로 다른 조 사람들과 사귈 시간이 적은(걸까 의욕의 문제일까) 넥저라, 이런 자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조별 발표 )


#6일 차 - 기자와 저널리즘


이틀 푹 쉬고 2주 차에 접어들었다. 첫 강의는 개인적으로도 관심사였던 '기자가 테크놀로지를 감시해야 하는 이유'였다. 이건 내가 기자를, 특히 기술 전문기자를 희망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부분이기도 했다. 기술이 사람을 지배하지 않도록 사람들을 깨우치는 것. 이날 강연에 따르면 기자란 권력과 시민의 중간, 기술과 인간의 중간에 위치한 특수한 직업이다. 따라서 기자는 시민을 대신해 권력자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하며, 기술과 환경에 대한 감시에 앞장섬으로써 대중의 눈이 흐려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골자였다. 이와 더불어 이 시대에서 '데이터'가 갖는 의미, 새로운 시대 권력이 된 테크놀로지의 위치, 데이터와 기계를 바라보는 비판적 접근법에 대해서도 말해주셨다. 많은 이야기가 지금껏 생각해온 것들과 들어맞은 탓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불꽃 타이핑을 했던(..) 시간이었다. 덕분에 기술전문 기자의 책무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됐고 말이다. 


오후 시간은 유명 코딩스쿨인 '생활코딩'의 이고잉님께서 기초적인 HTML 코드 실습을 맡아주셨다. 대학 시절 웹을 전공했던 나는 여유롭게 복습하는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지만 주위 동기들은 태그 하나에도 화면 출력이 바뀌는 게 자뭇 신기했나보다. 마치 내가 처음 코딩을 배울 때와 똑같은 것 같아 즐거운 웃음이 났다. 비록 실습은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었지만, 기자들에게 코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수업이었다. 코딩은 마치 외국어를 배우고 쓰는 것과 같다. 할 줄만 알면 분명 어딘가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사를 쓸 때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툴을 다룰 때도 도움이 된다. 더군다나 실제로 넥저를 마치고 따로 코딩 스터디에 들어간 동기도 있으니 이 수업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된 게 아닐까.


메모 일부 ::

기자는 대중에게 뉴스룸의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
기술 발전을 막을 필욘 없지만, 그것이 인간의 통제 범위 밖으로 나가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기계의 결정이 정당하지 않다면 그 설계부터 의심해야 한다. 그 의심의 근거는 기계가 학습한 데이터다.
알고리즘은 이미 권력처럼 작용하고 있으며 서서히 권력화 되가는 중이다. 이를 감시하는 역할이 기자의 책무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일을 설명하는데 인간보다 서툴다면 그들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
비판과 질문이 사라지면 권력은 은밀하게 부도덕해진다.

( 첫주말 소규모 회식 당시 )



#7일 차 - 데이터스토리텔링과 시각화


오전 첫 강의는 SBS마부작침 팀의 임송이 디자이너님께서 맡아주셨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마부작침이란 이름처럼 데이터를 정확하고 의미 있게 가공하는 일에 가장 큰 가치를 둔 팀이란 생각이 들었다. 뉴스 콘텐츠 시각화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겉멋 든 시각화'를 멀리하라는 게 중요한 요지였다. 있어 보인다고 좋은 시각화가 아니란 이야기, 실제 수치에 부합한 그래프 그리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 항상 배워볼까 싶었던 데이터 시각화가 생각보다 그리 큰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반가웠다. 이어서 오후에는 한경 뉴스래빗 팀의 강종구 기자님께서 뉴스래빗의 데이터저널리즘 연구, 시도, 사례에 대해 강의해주셨다. 마부작침 팀의 시각화가 깔끔하고 인터렉티브에 가깝다면 한경의 데이터 콘텐츠는 한층 깊은 질문과 데이터에 숨은 인사이트를 뽑아낸 뒤 보기 좋게 가공한 느낌이었다. 어느 쪽이든 꼭 배우고 싶은 분야였다. 특히 강 기자님이 보여준 시각화 코드는 대학시절 익힌 코딩 문법과도 비슷해 더욱 반가웠던 것 같다. 그동안 기자를 준비하면서도 이미 배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데이터저널리즘에 어느 정도 길이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날 가장 핫(Hot)했던 강연자는 그 유명한 시사IN의 천관율 기자님이었다. 역시 데이터 저널리즘을 다루는 주제였는데 본인은 이제 이쪽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라고, 하지만 이야기와 사례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중요성( 데이터와 질문의 나선형 연쇄과정이라 표현하셨다 ), 특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첫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 좋은 강의였다.


메모 일부 ::

좋은 질문이 출발이다 ( 질문이 없으면 데이터더미는 쓰레기다 )
정확한 질문을 찾지 못하면 데이터 저널리즘도 없다.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는가? (나의 관심사에만 국한되지 않는가?)
부적절한 가정을 깔고 있지 않은가? 
측정가능한 결과물로 답변이 가능한가?
무엇을 해결할지 알아야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데이터의 종류도 질문이 결정한다.
데이터는 우리를 구원해 주지 않는다.
좋은 질문과 정확한 데이터의 상호작용이다 .
데이터 스토리텔링 : 질문과 데이터의 나선형 연쇄 과정 그 자체.

나선형 연쇄가 논리적일수록, 도달하는 결론이 좋은 통찰일수록 매력 있는 스토리다.


( 강의실 밖 휴게실, 우리는 이곳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만담을 벌이기도 했다 )



#8일 차 - 모바일 트렌드와 광고시장


거의 막바지에 이른 시기, '광고'를 주제로 강연이 이어졌다. 수강생 대부분의 관심사와는 연관이 적었던 탓인지 질문이 별로 없던 날로 기억된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시간인 '에드테크 톺아보기'에서 작은 모바일 배너광고 하나가 우리에게 보여지기까지 그 찰나의 순간 몇 단계의 회사를 거치는지, 그 과정을 한번 정리해볼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 시간이었던 구글 애널리틱스 실습에서는 말로만 듣던 GA를 직접 테스트 페이지에 적용해 보고 기본적인 사용법, 수치 측정을 배웠다. 비록 준비하신 테스트 페이지가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강의 시간을 많이 날려 아쉬웠지만 덕택에 지금 이 블로그에도 GA를 설치하게 됐다. 앞으로도 혹시 내가 미디어를 경영한다면, 비슷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런 분석툴의 활용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작을 조금 일찍 열게 된 계기였다.



#9일 차 - 미디어 스타트업


넥저 종강이 코앞인 시기. 이미 수많은 넥좀비(대략 수업 삼일 차가 지나면 극도의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는 '넥저 좀비'가 하나둘 출몰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 예외는 없었다. )들이 골골거리는 모습이 곳곳에 보이는 시기였지만 이날 강의 만큼은 많은 이들이 잠시나마 기력을 회복하고 강의에 집중했다. 바로 넥저 3기 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미디어 스타트업인 닷페이스, 마음이 울리는 메세지를 카드 스토리로 만들어 흥한 열정에 기름붓기, 세련된 리뷰 장인디에디트 에디터 분들이 강연자로 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현재 우리와 가장 가까운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기대해했던 대로 이날 각자의 강연에는 이들이 작은 스타트업으로서 걸어온 길과 어려움의 극복, 시행착오, 고민들이 가감 없이 담겨있었다. 창업 경험이 없는 나조차도 뭘 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창업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새삼 깨닫게 만든 격의 없는 강연들이었다. 특히 독보적인 캐릭터의 디에티드 하경화님은 톡톡 튀고 솔직한 언변으로 시종일관 우리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낸 이날의 베스트 강연자로 꼽기에 손색이 없었다!


메모 일부 ::

제품을 굳이 전면에 드러내지 않아도 잘 만든 콘텐츠가 제품을 부각시킬 수 있다. 

이야기는 나누면 상식이 된다.

좋은 내용인가 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인지, 들을만한 이야기인지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브랜드의 신뢰에 걸맞는 스토리와 내러티브를 보여줬을 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플랫폼이 트래픽은 보장하지만 수익은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뉴미디어는 만들어진 트래픽으로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 수업 대기 중 ~ )


#10일 차- 마지막 수업, 그리고 개인 발표


원래 오늘은 수업이 없을 예정이었으나,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상무님이 임시로 강의를 하나 맡아 주셨다. 작년 넥저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는 '뉴스룸을 위한 구글 서비스 100% 활용하기'! 기자라면 쓸만한 소스 확보가 필수다. 이를 위해 지상 최고의 검색엔진인 구글의 고급 검색, 이미지 검색을 쓰는 법, 알리미, 트렌드, 공공데이터 저장소까지 미처 몰랐지만 알아두면 반드시 유용할 도구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쏠쏠함을 챙겨준 넥저의 마지막 강연.


이렇게 공식적인 수업이 모두 끝나고( 넥좀비들의 환호! ), 다들 바빠졌다. 마지막임과 동시에 열흘간 각자가 깨우친 것, 생각을 정리한 결과물을 발표하는 개인 과제 발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주최 측에서도 우리의 부담을 알아준 덕에 마지막까지 준비 시간은 넉넉하게 주셨다. 이날 우리에게 주어진 주제는 '내가 미디어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면'이었다. 조별 과제때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시간은 개인 당 5분. 다른 어떤 것보다 여기서 좋은 점수를 얻어야 사실상 스쿨에서 말하는 '우승자'가 될 수 있었으므로, 다들 알게 모르게 피 터지는 준비 과정을 거쳤다. 물론 준비하면서는 다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며 앓는 소리만 하더니..(!!) 막상 발표가 시작되자 그건 다 뻥!이었단 사실이 드러났다. 나도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운 영혼은 아니지만.. 어쨌든 다행히 매우 앞 순서를 뽑아 일찍 마무리짓고 속 편하게 남은 발표를 참관할 수 있었다. 동기들이 준비한 다양한 컨셉, 아이템, 실제 사연과 포부가 담긴 몇몇 프로젝트들. 정말이지 40인 40색이었다. 일찌감치 입상을 포기했던 나는 누구보다 편하고 재밌게 발표를 관전하며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말이 좋아 한 사람당 5분이지, 40명이 전부 발표를 하는 데 걸린 시간이 쉬는 시간 포함 무려 네 시간이 넘었다. 뒷 번호를 받은 사람들은 발표도 하기 전에 이미 긴장감에 진이 다 빠져보이기도 했다. 이차저차 모든 발표가 끝난 뒤 입상자는 심사위원이 1차로 선발한 최종 5인 중에서 우리가 다시 2차로 투표해 가장 높은 표를 받은 두명이 선정됐다. 투표지(?) 대신 받은 금화 초콜렛 5개를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만큼 줄 수 있는 신박한 시스템. 이렇게 최종 우승자로는 곽효원 씨가 선발됐다. 2등은 김병훈 씨. 두 사람 다 스쿨 내내 말도 못 나눠 본 분들이라 조금 아쉬웠다. 각각 정신질환자를 위한 의료 매칭 시스템, 법률 공유 미디어를 구상해 왔다. 이밖에 입상했던 다른 분들을 비롯해 이날 발표는 내가 그동안 '미디어'란 말의 범주를 얼마나 좁게 보고 있었는지 깨닫는 계기기도 했다. 훌륭한 동기들에게 차고 넘치는 자극을 받았던 마지막 하루! 


이를 끝으로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의 모든 공식 활동은 마무리됐다. 다들 홀가분하게 모여 단체 사진도 찍고! 종강 회식 자리를 통해 마지막 회포를 나누며 스쿨을 마무리했다. 2차가 끝날 무렵에는 이미 막차가 임박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친김에 3차까지 가야하나..?'란 생각으로 다들 머뭇머뭇 가게 앞에 모여있던 모습이 기억이 남는다. 그 정도로 다들 끝남을 아쉬워 했고, 다음을 기약하며 부지런히 연락처를 교환했다. 


( 우승자를 뽑는 금화!! )


( 종강 선언이 이어진 후 .. 다들 웃고 있다 ㅋㅋ )


( 아쉬운 마지막 회식! 모두가 신났죠 :D )



#3 총평, 그래서 나는


넥저를 수료하고 개인적으로 크게 만족했던 부분은 바로 잃어버린 의지와 적극성의 재발견이었다. 특히 함께한 동기들에게 받은 자극이 큰 몫을 했다. 그동안 내 주위엔 나와 같은 준비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공부하는 일에 익숙해져 나 역시 타인의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했고. 한 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나 마찬가지였던 셈인데, 넥저를 수강하는 동안 어린 나이에 이미 다양한 경험을 한 동기, 또래임에도 생각의 결이 달랐던 동기, 추진력과 사교성이 좋은 동기, 이미 기자나 다를 바 없는 동기 등등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한편으로 지금껏 나는 뭘 했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와호장룡의 무대에서 함께 공부한 자극이 내겐 남달랐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론 나도 무슨 일이든 피하지 말고, 부딛히고 먼저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뭐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배우고 싶어졌다. 결코 방에 눌러 앉아 쓴 기사 한 편이 나를 성장시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형용할 수 없는, 내면 속 의식의 확장을 느꼈다. 앞이 정신적 성장이라면 이건 넥저를 수강한 사람으로써 얻은 지적 성장이다. 나는 넥저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미디어와 저널리즘이 직면한 문제와 현실, 이를 돌파할 다양한 방법에 대한 밑바탕을 풍부하게 습득했다. 지금껏 미디어와 저널리즘이 왜 이런 식으로 흘러왔는지, 왜 그런 시도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게 그나마 이상적일지.. 아주 작은 일부를 배웠을 뿐이지만 덕분에 나 역시 이제 진정한 예비 저널리스트의 한명으로서 그 다음을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젠 같은 글을 보더라도 전체적인 흐름과 콘텐츠로써의 가치, 저널리즘으로서의 관점, 배울 점, 개선해야 할 점 등을 두루두루 생각하며 보게 된다. 흔히 말해 '잘 쓴' 글과 주장에도 전과 같은 맹목적 동의 대신, 한 발 물러나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내 주관을 정리해보는 노력을 하게 됐다. 이게 오랜 시간 내가 기자가 아닌 학생이나 독자의 위치에서, 내 것을 가지기 보다 단지 좋아보이는 걸 흡수하려고만 했던 지난날의 모습과 달라진 부분이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쓸 글에는 이런 변화를 조금씩 조금씩 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쓰더라도 진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하지만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글에 대한 고민으로 글쓰기를 멈춘 게 벌써 두 달 가까이 됐는데 다시 시작한다는 게, 달라져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조급하진 않으려 한다. 천천히, 다만 무의미하지 않게, 한 걸음씩 다시 내딛어 볼 생각이다. 


'고민을 해결하러 왔다가 더 큰 고민을 안고 간다.' 이렇게 넥저는 여전히 고민을 낳고 또 낳고 있지만 이 모든 걸 당장 어떻게 해결하겠단 생각으로 접근하진 않을 것이다. 그럴 수도 없거니와 지금 이 고민들이 더이상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를 수 있게 만들어 줄 최고의 에너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민을 아낄(?) 생각이다..? 고민을 가진 사람은 자만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만하지 않는 자만이 끊임없이 고민하며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끝으로 짧은 시간 내게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넥스트저널리즘 스쿨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 넥스트저널리즘스쿨 4기, 2017년 8월 15일 ~ 2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