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야심 차게 만든 PC 웹 브라우저 '웨일'이 12월 1일 드디어 '베일(..)'을 벗고 베타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아쉽게도 테스터 신청 후 초대 코드를 받은 사람만 사용 가능한데요, 신청 후에도 메일로 코드를 받기까지 약 하루 정도가 소요됩니다. 현재 1차 참여 인원이 마감되어 신청할 수 없는데, 저는 운 좋게 그 전에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웨일의 인터페이스와 차별화된 기능들이 네이버가 광고하는 것처럼 실제 얼마나 유용한 수준인지 한번 알아볼 것입니다.
1. 인터페이스 :: 크롬의 무심함에 감성을 입히다
웨일 브라우저 기본 페이지입니다. 기존 웹 브라우저에서 보기 어려운 감성적인 인터페이스가 한눈에 느껴지는데요, 이름처럼 고상한 고래가 헤엄치는 배경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일반적인 웹 브라우저는 기본 탭에 이만큼의 룩앤필을 입히진 않습니다. 익스플로러나 크롬도 비슷한 페이지에서 자주 가는 사이트 정도를 보여주는 정도가 전부인 반면, 첫인상부터 세련된 감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웨일의 시도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이니까요.
여담이지만 첫 설치 화면부터 메인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의도적으로 '웨일'의 네임과 브랜드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웨일 브라우저를 단순한 웹 에뮬레이터로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듯 한데,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를 운영체제처럼 활용한 '크롬북'이 있는 것처럼 네이버 역시 웨일을 플랫폼 화 하려는 의도로 생각됩니다. 물론 교육 시장 한정 운영체제로 남아버린 크롬OS의 뒤를 전철을 밟아 웨일북(..)이 나오는 사태는 없으리라 장담하지만, 적어도 출시 배경에 웨일을 통해 네이버 서비스의 연계성을 확장하고 더욱 고도화된 타겟 광고를 위한 정보 수집 도구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었으리란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 다시 화면 구성으로 돌아가 봅시다. 저기 저 감수성 넘치는 고래 배경위로 아날로그 시계와 네이버 검색 위젯이 기본으로 배치되었습니다. 이 중 배경은 선택 가능하지만 검색 위젯은 네이버 고정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듯 하면서도 조금 아쉽네요.
기존 브라우저처럼 즐겨찾기를 첫 화면에 두고 싶다면 설정 메뉴에서 바로 가기 모드를 활성화하면 됩니다. 그밖에 하단에는 간단한 날씨와 함께 깨알같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를 띄어 놓았는데요, 다양한 웹 페이지를 탐색하는 역할을 해야 할 브라우저에 시작부터 네이버 가두리 양식이 느껴져 별로 탐탁친 않습니다. 살짝 아이러니기도 하죠.
네이버 웨일은 구글 크롬의 밑바탕인 오픈소스 프로젝트 '크로미움'에 기반을 둔 브라우저입니다. 그만큼 크롬과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기본적인 사용자 경험(UX), 구성(UI)부터 시작하여 이미지에 보이는 것처럼 마우스 제스처 기능 등, 크롬에서 지원하는 기능의 상당수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크롬 확장 프로그램까지 설치 가능합니다. 크롬 웹스토어에 접속하여 크롬처럼 자동 설치를 하거나 crx파일을 직접 드래그 & 드롭하는 형식으로 설치할 수 있는데, 자동 업데이트까지 지원합니다.
참고로 아래 화면은 설정-확장 앱 프로그램에서 다시 오른쪽 아래의 개발자 모드-클래식 보기로 들어갈 때 표시되는 화면입니다. 역시 크롬과 거의 유사합니다. 파일 드롭을 통한 직접 설치를 위해서는 해당 페이지로 진입해야 합니다.
또 베타 버전이라 아직 구현은 안 됐지만 내부를 뜯어보면 웨일 확장프로그램 마켓이 준비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그 전에 크롬 웹 마켓을 통해 크롬에서 사용하던 환경을 거의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또한 크롬이 가지는 내부적인 한계 또한 유사하다는 말인데 (메모리 점유율이라던가), 좋게 봐서 원래 새로운 생태계에 진입할 때는 기존 생태계를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함이 요구되는 법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괜찮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현재 크롬은 전 세계 점유율 1위로 성장한 글로벌 브라우저니까요. 최근 노키아가 안드로이드에 탑승한 것과 다를 바 없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크롬을 사용하시던 분들이라면 웨일 브라우저에 적응하는 일은 매우 쉬운 편입니다. 크롬과 비슷한 대신 '크롬의 무심함에 감성을 더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같은 인터페이스라도 웨일 측이 조금 더 미니멀리즘하고 플랫한 아이콘과 룩앤필을 적용함으로써 무뚝뚝한 크롬에게 세련된 감성을 부여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크롬을 네이버 입맛대로 바꾼 개조 브라우저라고 볼 수도 있겠죠. 그 이유는 역시 네이버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초석으ㄹ.... 읍읍 이것도 굳이 비교하자면 안드로이드 AOSP 기반으로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한 샤오미의 MiUI 사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2. 스페이스 :: 계륵(鷄肋)
웨일은 특히 멀티태스킹을 강조한 브라우저입니다. 그 대표로 '스페이스' 기능을 선보였는데, 간단히 말하면 그냥 화면 분할입니다. 웹 페이지에서 스페이스 창을 띄운 후 아무 링크나 클릭하면 해당 링크 페이지가 오른쪽 스페이스 화면에 보이는 게 거의 전부입니다. 새 창 띄우기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환영할만한 기능이죠. 해상도가 낮은 모니터에서는 중간 경계를 드래그하면 비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듀얼 모니터를 쓰시는 분들이나 화면이 복잡해지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쓸모없는 기능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 마디로 큰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계륵이랄까요.
실제 웹 서핑에 적용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본문과 링크에 대한 내용을 동시에 볼 수 있죠. 포털 뉴스 페이지나 기사처럼 링크투성이인 페이지를 볼 때는 유용하겠군요. 아래 이미지를 보면 깨알같이 페이지 번역도 해봤습니다. 번역 이야기는 아래에서 한 번 더 하겠지만 썩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로고를 5개 이상 선택하세요라는 문장을 괜시리 설레게끔 '너를 좋아해'로 만들어 주는군요. 아무거나 집으'렴'이라니, 무려 상냥하기까지(..) 네이버 번역 시스템은 나름 로맨티스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절대 외로워서 이러는 거 아닙니다 그럴리가 없어요..T.T )
3. 모바일 창 띄우기 :: 계륵 part2
오른쪽 사이드바에는 미리 추가한 모바일 페이지를 어디서나 미니 슬라이드로 띄울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스페이스가 단순 화면 분할이라면 이 기능은 PC 사용 중에 휴대폰 보는 것이 귀찮으신 분들에게는 적격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메신저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네이버나 페이스북을 간단히 확인하기엔 나쁘지 않으니까요. 스페이스와 마찬가지로 사용하기 나름인, 계륵 part2(..) 쯤 되는 부가 기능입니다. 속도는 모바일 페이지인만큼 PC보다 빠른 편입니다.
4. 퀵서치 :: 빠른 검색과 번역
퀵서치도 그리 낯선 기능은 아닙니다. 텍스트를 드래그하면 해당 내용을 빠르게 검색하거나 번역할 수 있는 기능인데, 기존에 크롬 서드파티앱이나 몇몇 브라우저에 탑재된 기능으로 별로 새롭진 않습니다. 다만 퀵서치 검색 결과는 조금 전에 보여드린 오른쪽 사이드바 모바일 네이버 검색으로 표시됩니다. 벗어날 수 없는 네이버의 늪(..)
5. 팝업 모으기 :: 아쉬운 기능 초점
몇몇 웹 사이트 접속 시 여러 팝업이 동시에 이곳저곳 뿌려지는 것을 막는 기능입니다. 깔끔하긴 한데 요즘은 옛날처럼 무식하게 팝업 서너 개씩 띄우는 사이트는 별로 없기 때문에 큰 효용을 느끼긴 어렵습니다. 기능 설계의 초점이 다소 아쉬운 대목인데요, 차라리 지저분하게 펼쳐지는 광고 배너 등을 한 곳에 모아버리는 기능이 훨씬 유용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것은 망상에 불과하겠죠. 국내 최대 광고 회사인 네이버가 자신들이 만든 서비스에 그런 기능을 넣을 리 만무하니까요.
6. 사이트 바로가기 :: 아직은 부족한 데이터베이스
간략하게 평하자면, 편리하지만 아직 등록된 사이트가 아주 한정적입니다. 쉽게 말해 저 예시처럼 관공서 홈페이지나 포털 몇 군데가 등록돼있는 수준. 하다못해 페이스북도 아직은 바로 연결이 안 됩니다. 아직은 베타버전이므로 그러려니 합니다. 예언하건대, 아마 저 기능을 잘 갈고 닦으면 주소창 추천 검색어에도 광고를 집행할 양반들입니다.
7. 번역(1) :: 샤이 파파고? 너무 부끄러워 말고 나오라고!
( 네이버 웨일 공식 홈페이지 홍보물)
사실 웨일 브라우저를 사용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번역 관련된 기능들이었습니다. 최근 네이버가 밀고 있는 자체 번역 엔진 '파파고'를 탑재하여 자연어 번역은 물론, 이미지 내부에 있는 글자까지 번역해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브라우저를 설치 후 가장 먼저 테스트해본 것이 번역 기능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는 수준은 아닙니다. 특히 이미지 번역의 경우, 발동 조건(..)을 도저히 찾을 수 없더군요. 어떤 이미지에서는 '이미지 내 번역하기'가 활성화되는 반면, 대부분 페이지에서는 아예 기능 자체가 뜨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을 한 번 보시면 저의 난감함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려!! 공식 홈페이지에 예시로 뜬 사진을 대고 찍어봐도( 정지 이미지 ) 이미지 복사 저장 따위만 보일 뿐입니다. 이 조건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페이지를 다 돌아다니며 무작위로 찍었을 때 몇 군데 작동하는 곳이 있긴 했으나 캡쳐 남기는 것을 잊어서 다시 찾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글씨 배경이 깔끔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고, 움직이는 이미지에서 작동하기도 하고, 도저히 알 수가 없더군요. 몇 군데 번역이 진행된 곳에서 결과물을 확인했을 때도 일부만 인식하는 등, 아직은 상용화 수준이 못 되는 걸로 보입니다. ( 물론 제가 못쓰는 건지도 모릅니다. )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의 인지 능력이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구나! 정도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8. 번역(2) :: 비약적인 발전, 구글에 비하면 아쉬워
그래도 텍스트 번역 수준은 보통 우리가 느끼는 수준보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냈습니다. 영어, 일본어는 의미 해독에 지장이 없을 수준이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베타 버전이라 그런 것인지, 다른 문제인지 고유 명사나 특정 단어를 번역하지 못해 그대로 노출 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같은 문장을 번역시켰을 때 구글 번역에 비해 매끄럽지 못한 편입니다. ( 구글 번역기도 최근 괄목할 만한 업그레이드가 진행되었기에 더욱 흥미진진했던 둘의 비교 )
비교를 위해 오늘 자 뉴욕타임즈 기사 헤드라인 하나를 번역해보았습니다. 위 사진이 웨일 퀵서치 번역기능을 통한 검색 결과고, 아래가 구글 번역기를 통한 검색 결과입니다. 보시다시피 네이버 번역은 Affront (모욕하다)라는 단어를 인식하지 못해 실망스러운 번역 결과를 제시한 반면, 구글 번역기는 훨씬 깔끔한 결과를 제시하였습니다. 물론 구글 번역기는 지금도 마침표나 쉼표를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예민한 병(..)에 걸려있는 탓에 점 하나 찍어주긴 했습니다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조금 더 나은 번역 결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몇몇 인식 오류를 제외하면 네이버 번역 또한 훌륭한 수준의 번역을 제시합니다. 어쨌거나 번역의 아쉬움 역시 베타 딱지를 붙이고 있으니 용서되는 부분입니다. 현재 많은 리포트가 네이버랩스로 보내지고 있을 테니 조만간 더 나은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겠지요. 수준만 좋아진다면 별도의 확장 기능을 깔지 않더라도 충분히 유용하게 쓸만한 기능과 인터페이스임은 분명합니다.
마치며
첫 버전으로 내놓은 것 치고는 전반적으로 훌륭합니다. 단지 앞서 말한 것처럼 크로미움을 기반으로 아직은 크롬의 편의성을 업그레이드한 수준인데, 사용이 어렵지 않고 직관적인 편이므로 각 기능이 필요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브라우저로 생각됩니다. 속도 관련해서는 무겁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가 직접 써본 결과 크롬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딱히 가볍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는 말입니다. 지금 이 포스팅도 웨일에서 작성 중인데, 별다른 오류나 버그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네이버에서 만든 브라우저인 만큼 네이버 서비스를 우선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외 유저의 선택권이 넓지 않다는 점입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크롬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속도 개선과 모바일 앱 연동 또한 필수로 보입니다.
서두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웨일이 단순히 네이버 기술력이나 뽐내자고 만든 브라우저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웨일 브라우저를 통해 네이버 플랫폼의 또 다른 빅픽쳐를 바라보고 있음이 보이는데요, 아직은 그 청사진을 환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사용자 친화적으로 발전함과 동시에 쓸만한 네이버 플랫폼으로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네이버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하니 매주의 변화를 예의주시해보려 합니다.
아! 끝으로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을 위한 작은 선물입니다.
웨일을 쓰고는 싶은데 한 발늦어 초대 코드를 받지 못하신 분들, 제가 2개만 배포하겠습니다. 짠돌이가 아니고 가진 게 2개 뿐이에요(..) 제가 초대 코드를 받았을 때 친구들 나눠주라며(훈훈) 보내준 코드입니다. 아마 운 좋은 선착순 두 분이 가져가시겠군요. 그럼 즐 웨일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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