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자신의 아이핀 계정이 시한부 삶을 살고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보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아이핀의 도용 방지와 안전성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발급 후 1년을 초과한 아이핀 계정을 자동으로 폐기하는 '아이핀 유효기간제'를 6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보통 유효기간이 1년인 공인인증서와 같아졌다고 보면 된다. 마찬가지로 아이핀 만료 전, 갱신을 통해 사용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NICE평가정보, SCI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 등 본인확인기관은 유효기간 만료 전, 이용자에게 만료 및 갱신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나이스아이핀 유효기간 연장)
정책이 시행되는 다음 달 폐기 대상은 2016년 6월 이전에 민간 아이핀을 발급받은 사람들이며, 공공 아이핀 사용자들은 제외된다. 행정자치부와 지역정보개발원에서 제공하는 공공아이핀은 이미 2015년 5월부터 연간 재인증 정책이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이 오랫동안 실효성 문제로 지적받아온 아이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이핀은 2005년 정부 주도하에 주민등록번호 인증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개인 식별 수단이다. 주민번호같이 변경이 어려운 유일 식별코드를 감추고, 필요에 따라 아이핀을 변경할 수 있으며, 아이디와 패스워드 방식으로 인증이 간편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이핀 발급 화면)
문제는 아이핀의 '엉성함'에 있다. 아이핀은 생성 단계에서 식별 코드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데, 주민번호는 이미 여러 차례 대규모 유출 사건을 통해 해커들 사이에 거의 공공재 수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래서 이를 통한 아이핀 계정 부정발급 사례도 적지 않았다.
더군다나 몇 안 되는 기관에서 아이핀의 생성과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시스템이 해킹당할 시 아이핀 계정은 물론, 개인정보와 아이핀으로 가입한 웹사이트 등의 사생활이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ID/PW 계정 형식인 탓에 같은 계정을 쓰는 사이트의 경우 2차 해킹 피해가 우려된다. 웹에서의 키로깅(키보드 입력정보를 가로채는 것) 공격도 계정 형식의 아이핀에게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여전히 아이핀 인증 후에 별도 인증 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해킹 시 책임과 배상 범위가 넓은 이들 업종에서 아이핀이 안전한 본인인증수단으로 취급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이핀 사용 현황, 사진 = 신경민 의원실, 연합뉴스)
사용률 또한 저조하다. 현재 웹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본인인증방식은 '휴대폰 문자메세지 인증'과 '아이핀'인데, 2015년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대국민 전자서명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아이핀이 아닌 문자 메세지 인증을 사용한다고 한다. 또 2016년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는 작년 1월부터 8월까지 이뤄진 2017만 건의 아이핀 발급 건수 중 1346만 건이 폐기되 실제 사용자는 고작 671만명, 전체 국민 중 약 13%만 사용한다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2015년 발급/폐기 건수인 1753만/125만에 비해 크게 급등한 수치다. 아이핀이 사용자들에게도 갈수록 크게 외면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도입 10년이 넘은 아이핀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최근 아이핀에 OTP 등의 2차 인증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불편함만 가중했을 뿐이다. 아이핀 유효기간제는 아마 방치된 계정에 대한 보호제로는 훌륭히 작용하겠지만, 갈수록 외면받는 아이핀에게는 태생적인 개조가 필요하다. 아니면 단계적인 폐기 후, 글로벌 표준에 맞춰 편리하고 강력한 새 인증 수단을 만드는 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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