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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 메신저 감청에 나서게 될까?

왓츠앱, 카카오톡, 라인, 위챗 등 스마트폰 시대의 대표적 연락 수단인 인스턴트 메신저는 그 성격상 보안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메신저를 통한 대화란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부분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메신저 서비스는 근래 몇 년 동안 종단간 암호화 방식(E2E, End to End Encryption)을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대화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종단간 암호화'란 메세지를 주고받을 때 각 사용자의 스마트폰 단말 내에만 암호화된 대화 내용을 복호화(해독)할 수 있는 키가 생성되는 방식으로, 이를 중개하는 서버(사업자)에서조차 내용을 엿볼 수 없는 강력한 암호화 방식을 뜻한다. 이런 보안 시스템이 메신저에 적용되는 건 얼핏 당연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일각엔 그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이 '사적인' 대화가 시시콜콜한 우리네 일상, 누군가의 연애담에 그치는 게 아니라며, 테러나 범죄단체 또한 암호화된 메신저의 그늘에 있다고 말한다. 이 불만의 주인공들은 바로 각국 정부와 수사기관들이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수사를 위한 대화 내용 제공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까운 사례로는 2014년 국내에서 벌어진 카카오톡 도감청 논란이 있는데,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가 검찰이 수사를 목적으로 요구한 대화 내용 제공에 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크게 공분을 샀던 사건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프랑스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려 하는 참이다.


4월 11일(현지 시각) <테크크런치>는 현재 프랑스의 유력 대선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Emmaneul Macro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고객의 대화 내용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암호화 키를 제공하거나 접근하는 것을 거부해왔습니다. 저는 이것을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들은 그들의 테러 계획을 숨기기 위해 강력하게 암호화된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암호화된 메신저는 테러와의 전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 사진 = 에마뉘엘 마크롱 - 출처 :: Time.com )



즉,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집권한다면 구글, 애플, 페이스북을 비롯한 거대 메신저 운영 기업들이 프랑스 정부의 감시, 정보 요구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측에서는 영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애플의 경우 이미 2016년, FBI가 요구한 범죄자 아이폰 백도어 요청을 단호히 거절한 전적이 있다. 당시 팀 쿡 애플 CEO는 '우리는 어떤 정부기관과도 협력하거나 백도어를 만들지 않았으며, 우리 서버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기업들의 입장과도 비슷하다. 권력과의 다툼은 부담스러우나, 사용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들어줘야 할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만 하더라도 당시 사건이 터지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더이상 검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며 빠른 사태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이렇듯 기업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마크롱 후보가 해당 발언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테러, 범죄 조직의 감시와 소탕도 무시할 수 없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메신저 사찰의 가장 큰 부작용은 정부가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려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권력 유지, 정적 감시 등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혹은 어떤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범죄와의 전쟁'을 핑계로 얼마든지 특정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들여다볼 권리가 생긴다는 점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2014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CIA 민간인 불법 사찰 폭로 사건 이후, 메신저가 정부와 수사기관의 사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혹 아래 '텔레그램'의 사용자가 급증했던 일은 사생활 노출에 대한 대중의 반발과 불안감을 대변하는 대표적 사례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라. 이는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력 대선 주자인 마크롱이 이 문제에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